2016.11.01 12:06

종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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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대학에 합격하여 자취 생활을 시작했다.

학비만으로 부모님에게 큰 부담이었기 때문에 수업이 끝나면 학교 근처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아르바이트가 끝난 밤 10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지하철역을 나오는데, 중년 여자가 접이식 책상을 앞에 두고 "제 딸의 수술을 성공할 수 있도록 같이 응원해주세요." 라고 사람들에게 호소했다.

여자가 말하는 응원이란, 난치병에 걸린 딸을 위해 천 마리 학 접기를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것. A는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었고, 자원봉사에 적극적이었기에 이런 부탁을 마다하지 않았다.

시간이 꽤나 걸렸지만, 손바닥 크기의 색종이로 학을 접은 후, 어머니로 생각되는 여자에게 건넸다. 그러자 어머니는 "감사합니다. 괜찮으시면 주소와 연락처 서명도 받고 싶습니다." 라며 펜을 주었다.

이런 서명이 처음이어서 당황했지만, 이미 노트에는 여러 명의 이름과 주소가 있어서 솔직하게 전부 기입했다. 그리고 며칠 뒤, 지하철 역 앞에 그 어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소문에는 취객들과 시비가 붙어서 나오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이윽고 A도 그런 일이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금세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핸드폰으로 전화가 왔다.

"빨리 종이학을 10개 접어서 **에게 보내주세요!"

갑작스러운 전화에 당황했는데, 전화 건 사람은 입원 중인 **가 빨리 건강해지고 싶어요. 라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해니, "그런 건 무시하면 돼", "수신거부하면 되잖아?" 라며 딱히 힘이 되지 않았다. 일단 수신된 전화번호를 수신거부했다.

그러자 다음 날에는 각기 다른 번호로,

"빨리 종이학을 20개 접어주세요!"
"왜, 종이학을 안 접지?"

전화와 메시지가 왔다. 게다가 전화번호가 바뀔 때마다 강요하는 종이학 수가 늘어났다.

문득 서명할 때 주소까지 적은 게 생각났다. 무슨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학교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도 그만 두게 되었다.

결국 벨소리를 들어도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 A는 부모님의 전화도 받지 않게 되었다. 연락이 되지 않은 부모님이 걱정해서 자취방에 와보니 A가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런 딸의 모습을 본 부모님을 바로 병원에 입원시켰다.

4인실 병실에는 먼저 입원하는 여자 B가 있었다. 섭식장애로 고생하는 젊은 여자인데, 성격이 밝고 친절해서 A를 무척 챙겨주었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A의 상태도 안정되었고, 친구들도 자주 병문안 와서 1주일 뒤에는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이윽고 퇴원 날. A는 짐을 정리하면서 일주일 간 신세진 B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자 옆 침대에 누워있던 B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제 다시 **를 위해 종이학을 접어주세요, 네?"

현재 A는 다른 병원에 입원해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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