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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간호전문대에 다닐 무렵 이야기입니다.

간호학과 학생들은 종종 아르바이트 삼아, 간호조수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당시 나는 집안 사정 때문에 집에 손을 벌릴 상황이 못됐습니다.

학비는 장학금으로 충당이 되지만 생활비는 벌어써야 했죠.

그랬기에 야근 아르바이트 모집이 있으면 언제나 맨 먼저 신청하곤 했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은 대학과 연계해 실습을 받는 병원이기도 했기에,

야근이라고는 해도 실습의 연장선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거기서 심야 근무를 맡은 간호사분과 함께 느긋하게 일하면 되는 거였죠.

 


마침 그 무렵 학교에서는 외과 쪽 실습을 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 내가 맡았던 환자 A씨가 수술을 하게 되어 수술실 앞까지 배웅하러 갔습니다.

 


A는 70대 할머니로 조금 치매가 와서, 나를 보면 손녀 이름으로 부르는가 하면 손을 잡고 놓아주질 않거나

몸을 닦을 때 갑자기 머리를 쓰다듬으며 씩 웃곤 하셨습니다.

 


실습하는 입장에서는 곤란하다 싶은 적도 종종 있었지만,

나 스스로도 A씨가 가족같이 느껴졌고 자주 이야기도 나누던 터였습니다.

 


A씨는 치매라고는 해도 수술 받는 걸 알고 있는지,

침대에 누워 이동하는 동안 쭉 내 손을 잡고 불안한 듯한 시선을 보내왔었습니다.

 


[괜찮아요. 힘내세요.]

그렇게 격려하며, 수술실 앞까지 나는 손을 잡고 함께 갔습니다.

하지만 수술실에 도착해 인계가 끝났음에도 A씨는 손을 놓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설득해도 거절하고 손을 잡고 있었습니다.

결국 집도를 맡은 외과부장님이 나와 곤란한 얼굴로 물었습니다.

 


[그럼 이 사람도 수술실에 들어오게 해주면 괜찮겠습니까?]

그러자 A씨는 싱글벙글 웃으며 손을 놓아주었습니다.

 


나는 재빨리 수술복으로 갈아입은 후,

A씨 옆에 서서 손을 잡고 수술에 참관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간호사를 지망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피를 보는 게 무척 힘들었습니다.

 


4시간 예정이었던 수술은 11시간이 넘는 대수술이 되어버렸고,

그 시간은 내게 고문에 가까웠습니다.

 

 

가장 괴로웠던 건 A씨의 손이었습니다.

전신마취된 노인의 손아귀 힘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게 내 손을 꽉 잡고 있었던 것입니다.

 


땀이 나도 닦지도 못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손에 피가 통하지 않아 저려와 점점 고통은 심해졌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A씨 수술도 무사히 끝났고, 나는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손도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아 풀려났구요.

 


수술이 예상보다 훨씬 오랜 시간 진행되었기에,

실습 시간은 훨씬 전에 끝난 후였습니다.

 


좀 쉬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지만,

그대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수술실에 함께 들어갔던 간호사분들과 의사분들이 과자나 도시락을 가져다 줘,

나는 어떻게든 야근을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순찰시간이 와서, 나는 외과 병동을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걱정이 되서 한번 더 A씨 방에 가봤습니다.

 


A는 의식을 찾은 상태였습니다.

나와 이야기 하고 싶다기에, 함께 야근하던 간호사분께 양해를 구하고, A씨에게 갔습니다.

 


A씨는 무척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치매 기운이 있어 무슨 소리인지 태반은 알아 들을 수 없었는데, 그 때만은 명확했어요.

 


사실은 손녀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는 것,

내 명찰을 보고 이름을 알았다는 것, 수술 도중 손을 잡아줘서 든든했다는 것..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A씨에게 말했습니다.

 


[수술 직후라 지금은 몸이 피곤하실거에요. 오늘은 일찍 주무시고 다음에 같이 휠체어 타고 산책 가요.]

A씨는 정말로 기쁜 듯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불을 끄고 병실을 나오기 직전,

A씨는 [고마워요.] 라고 말하며 아름답게 웃으셨습니다.

 


그날, 별일없이 야근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

피로 때문에 잠에 빠졌을 때 나는 꿈을 꿨습니다.

 


A씨가 병원 옥상에서 떨어지려는 와중,

내 손을 잡고 버티는 꿈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 거 같았지만,

자세히 보니 A씨 다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비규환을 이루며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A씨는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라고 말하며,

필사적으로 다리를 버둥대고 있었습니다.

 


점점 팔에 느껴지는 A씨의 무게가 무거워지고,

팔은 뜯어져 나갈 듯 아파옵니다.

 


하지만 이대로 A를 놓쳤다간 그대로 죽을 것이라는 생각에,

나는 필사의 힘을 다해 어떻게든 A씨를 끌어올렸습니다.

 


A씨의 다리에는 아무 것도 붙어 있지 않았고,

병원 옥상에서 내려다 본 아래는 깜깜하고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두려워져 병실로 들어가려는데, 병원 밑에서 엄청난 돌풍이 불어왔습니다.

그리고 귓가에 수많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쓸데 없는 짓 하지마..]

그리고 나는 깨어났습니다.

온몸이 식은 땀으로 축축해, 샤워를 하러 갔죠.

 


문득 오른손에 이상한 위화감이 느껴져 보니,

손목에 사람이 잡아당긴 것 같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나는 A씨가 걱정되어, 화장도 하는둥 마는둥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A씨가 어떤지 간호사분에게 묻자, 어젯밤 한 번 위독했었지만 다행히 회복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겨우 마음을 놓은 동시에,

어젯밤 꿈에서 들었던 목소리가 떠올라 나는 몸을 떨었습니다.

 


마침 근무가 끝난 것인지,

간호사 I씨가 [밥 살테니까 같이 먹을래?] 라고 말을 걸어왔습니다.

 


생각해보니 야근할 때 도시락 얻어 먹은 거 빼곤 아무 것도 안 먹은 터였기에,

나는 호의를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I씨는 개인실이 여럿 있는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이자카야에 나를 데리고 갔습니다.

다만 기묘한 얼굴을 한채, 말도 그닥 않고 주문하고 한동안 시킨 걸 먹고 술을 마실 뿐이었습니다.

 


무슨 일이람, 이상하네 하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묵묵히 밥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식사를 마쳐 배도 차고, 한숨 돌릴 무렵 I씨가 입을 열었습니다.

 


[혹시.. 이상한 꿈 꾸지 않았어?]

나는 잔뜩 겁에 질려, 혹시 I씨도 그 꿈 꾼 적 있냐고 되물었습니다.

I씨는 얼굴이 창백해진채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나.. 환자분의 손을 놓아버렸어..]

I씨는 울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 환자분은 정말로 죽어버려,

I씨는 매일 후회하며 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몇번이고 꿈에 환자분이 나와,

I씨에게 매달려 [도와줘.. 도와줘..] 라고 애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환자분 다리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그림자가 잔뜩 붙어 있어,

마치 환자분을 끌어들이는 것 같은 모양새라고 했습니다.

 


나는 벌벌 떨었습니다.

내가 만약 그 때 A씨의 손을 놓았더라면..

 


결국 이 사건 이후, 나는 간호사의 꿈을 포기하고 보건사 자격증 취득에 나섰습니다.

나중에 전해들은 이야기지만, 그 후 I씨는 자살했다고 합니다.

 


내가 전문대를 채 졸업하기도 전에 정신에 이상이 와 퇴직한 후,

정신과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입버릇처럼 [내 잘못이 아니야..] 라고 되뇌곤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병원 옥상에서 몸을 던져 자살했다고..

 


다행히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덧붙이자면 A씨도 잘 회복해 지금도 매년 연하장을 보내오고 계십니다.

그것만이 내게는 유일한 위안이네요.

 


출처 : VK's Epit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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